회고록

2024 .

DH_0518 2024. 12. 31. 01:37

2024년 마지막 날이다

 

올해 처음으로 취업 준비를 했다

 

취준 시기는 남자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시기라는 말이 있듯, 나에게도 가장 비참한 해로 끝이 난 것 같다

 

 

 

 

올해의 시작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회에 나가본 적도 없던 20대 5명이 창업이라는 달콤한 말에 이끌려 아무런 각오 없이 뛰어들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누구 한 명 진심으로 창업에 대해 다가간 적 없었던 것 같다

 

매번 마감기한에 쫓겨 지원금 기획서를 작성하고, 출근해서는 취업을 위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기에 바빴었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그렇게 실력도, 자신감도 없이 도전했던 창업은 무려 6개월을 끌다가 끝이 났다

 

 

 

 

이후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알바가 아닌 직장을 구하게 됐다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이었지만, 지금 하는 일을 통해 평생을 먹고 살 생각이었기에 뜻깊은 자리였다

 

시급으로 따지자면 7.5천 원, 연봉으로 따지자면 1800만 원 정도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해볼 수 있었고, 개발 중인 서비스에서 대부분의 코드가 내 손을 타서 애정이 크기도 했다

 

일이라기 보다는 급여를 받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돈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대외적으로는 그랬다. 나 자신도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나 조차도 속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급했던 것 같다

 

올해, 무척 바빴고, 숨 쉴 틈도 없었다

 

그 와중에, 그 짧은 숨 쉴 틈 사이에서도 항상 그 아이가 생각났었다

 

2024년은 모든 게 그 친구 중심으로 돌아갔다

 

 

 

 

 

나는 우리 사이가 멀어진 게 내가 안정적이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주었던 그 고마운 친구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얼마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조금씩 저축하고 남은 여윳돈으로 그 아이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내가 어떻게든 너 하나 먹고 싶은 거 다 먹일 수 있다는 마음을,

 

그리고 조금 늦더라도 성공해서 내가 널 책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내 마음은 진실되었기에,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2024년 10월. 2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그 아이와 이별했다

 

2년의 추억이 2시간도 채 되지 않은 통화로 끝이 났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가치관 차이. 헤어진 연인들의 전형적인 이별 사유

 

그리고 더 이상 날 좋아하지 못하는 거겠지

 

 

 

 

헤어지기 한, 두 달 전부터 우리는 대화에 감정이 빠져있었던 것 같다

 

어떠한 감정도 없이 기계적으로 아침 인사, 점심 안부, 그리고 가끔 잘 자라는 인사

 

그 아이는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본인만이 알겠지

 

그런데 나한테는 일종의 시위였다

 

날 좀 더 좋아해 달라고, 날 좀 더 봐달라고, 보고 싶다고, 신경 써달라고

 

그렇게 마음을 표현할 용기조차 없었던 찌질한 나의 의미 없는 시위는 그 아이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24년 12월 31일. 헤어진 직후부터 오늘까지 단 하루도 그 아이가 생각나지 않은 날이 없다

 

왜 그 아이는 나를 좀 더 좋아해 주지 못했는지,

왜 나는 좀 더 그 아이를 이해해주지 못했는지,

내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건지,

나 없이 정말 잘 살고 있는 건지,

 

원망, 자책, 슬픔, 분노, 그리움의 모든 감정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다

 

하루에 깨있는 시간 중 절반은 그 아이 생각에 멍을 때리고 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데, 이별을 한번 겪고 나니 이제는 다른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다

 

모든 힘든 일들을 그 아이를 생각하며 버텼었는데, 난 이제 무엇으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까?

 

내 이름보다 더 익숙했던 너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를 수 없다는 사실에,

 

이제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꿈에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혹시라도 지나가다 마주칠 수 있을까 너와 거닐던 거리를 돌아보고 있다는 사실에,

 

이젠 내가 그리워 하는게 너인지, 아니면 그때의 추억인지 헷갈린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올해,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정말 힘들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내 진심을 2024 회고록에 적어보며

 

부디 내년에는 그 아이를 잊을 수 있기를.

 

부디 내년에는 행복할 수 있기를.